경명왕(신라 제54대 국왕) : 혼란 속의 군주,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다

 

경명왕(景明王, ?~924년)은 신라 제54대 왕으로, 통일신라 말기 혼란의 정점에서 나라를 이끈 군주입니다. 그의 통치는 외세의 압박과 국내의 분열 속에서도 고대 왕조의 체면을 지키려 한 마지막 노력 중 하나였습니다.

 

1. 경명왕의 생애와 배경

 

• 이름 : 박승영(朴昇英)
• 출생 : 미상 (학계 추정: 894년경)
• 사망 : 924년 8월 (음력)
• 재위 기간 : 917년 7월 ~ 924년 8월 (음력)
• 부왕 : 신덕왕(神德王)
• 모후 : 의성왕후 김씨

경명왕은 신덕왕의 장남으로, 917년 신라 왕위에 오르며 급변하던 한반도 정세 속에서 국정을 이끌게 됩니다.

 

2. 혼란의 시대 : 경명왕의 치세

 

1) 고려와 후백제의 부상

 

경명왕의 즉위 직후, 한반도는 세 나라가 각축을 벌이던 후삼국 시대로 접어듭니다. 918년, 왕건이 고려를 건국하고, 후백제의 견훤은 신라 서남부를 위협했습니다.

경명왕은 현실을 인정하고 고려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신라의 명맥을 잇고자 했습니다.

 

2) 주요 사건 연보

 

• 918년 : 궁예 실각, 고려 태조 왕건 즉위
• 920년 : 후백제의 대야성 공격 → 고려에 지원 요청
• 921년 : 황룡사 보물 ‘성대(聖帶)’ 발견
• 923~924년 : 고려에 여러 장군들이 귀순, 신라 영향력 축소
• 924년 8월 : 경명왕 붕어

 

3. 경명왕의 가족과 후손들

 

경명왕은 후손들을 통해 8개의 박씨 계열 본관을 남겼습니다. 이는 오늘날까지 이어지며, 신라 왕실의 후손들이 지역 기반을 형성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 박언침 : 밀양 박씨(장남)
• 박언성 : 고령 박씨(차남)
• 박언신 : 함양 박씨(3남)
• 박언립 : 죽산 박씨(4남)
• 박언창 : 상주 박씨(5남)
• 박언화 : 전주 박씨(6남)
• 박언지 : 순천 박씨(7남)
• 박언의 : 경주 박씨(8남)

또한 딸 상화공주는 백창직과 혼인하였습니다.

 

4. 경명왕의 역사적 평가

 

경명왕은 신라가 쇠퇴의 길을 걷던 시기에 마지막 정통 왕으로 나라를 지키기 위해 분투했습니다. 외세에 굴하지 않으면서도 현실적인 외교 전략을 구사했으며, 고려와의 우호를 통해 신라의 명맥을 유지하고자 했습니다.

 

또한, 황룡사 ‘성대’를 다시 찾는 일화에서 볼 수 있듯, 전통과 상징성을 중시한 군주였습니다.

 

5. 마무리하며

 

경명왕의 시대는 끝나가는 신라, 떠오르는 고려, 후백제의 도전이 교차하던 시대였습니다. 그가 보여준 정치력과 유연한 외교는 신라가 조용히 퇴장할 수 있었던 마지막 자존심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