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전 1760년】 함무라비 법전 – 고대 법률의 기초를 세우다

 

고대 메소포타미아에서 바빌로니아 제1왕조의 6대 왕, 함무라비(Hammurabi)는 기원전 1792년부터 1750년까지 왕위에 있었습니다. 그의 가장 위대한 업적은 기원전 1760년경 제정된 ‘함무라비 법전’입니다. 이 법전은 인류 역사상 가장 체계적이고 완전한 고대 성문법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1. 함무라비 법전이란?

 

함무라비 법전은 282개의 조항으로 구성된 고대 법률 문서입니다. 원형의 현무암 석주에 아카드어로 새겨졌으며, 바빌론 도심에 세워져 누구나 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법전 꼭대기에는 함무라비 왕이 태양신 샤마슈로부터 법을 수여받는 장면이 새겨져 있습니다. 이는 법의 신성성과 정당성을 강조한 상징입니다.

[함무라비 법전 윗부분 구조]

 

2. 법전의 핵심 원칙과 주요 조항

 

함무라비 법전은 단순한 형벌 규정을 넘어서, 법적 증거의 중요성, 무죄 추정의 원칙, 공정한 재판의 필요성 등 근대적 법 원칙의 기초를 담고 있습니다. 일부 조항은 오늘날 기준으로 보면 가혹하지만, 당시 사회질서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주요 조항 예시:

• “눈에는 눈, 이에는 이” → 타인에게 상해를 입히면 동일한 방식으로 처벌받음.
• 농업과 배상 → 타인의 밭에 피해를 준 경우 곡식을 변상해야 함.
• 도둑질에 대한 처벌 → 도둑은 훔친 재산의 10배를 배상하거나, 능력 없을 경우 사형에 처함.
• 의료 과실 → 의사가 수술 중 환자를 사망하게 하면 손이 절단됨.
• 건축 과실 → 집이 무너져 사람이 사망하면, 건축가는 사형.
• 신분에 따른 처벌 차이 → 귀족과 평민, 노예 간의 형벌과 배상 기준이 달랐음.

 

3. 법과 국가 체제의 발전

 

함무라비는 단순히 법전을 제정한 것에 그치지 않고, 전문 판사 체계를 마련했으며, 왕이 항소를 맡는 절차도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왕조차도 신의 이름으로 제정된 법을 바꿀 수 없었으며, 법 앞에 평등한 모습을 추구하려 했습니다.

 

이 법전은 노예, 소작농, 상인, 여성 등 다양한 계층의 권리와 의무를 규정하며, 당시 바빌로니아 사회의 법적 구조를 잘 보여줍니다. 결혼, 이혼, 재산 분쟁, 계약, 상속 등의 문제도 법적으로 다루어졌습니다.

 

4. 바빌로니아 제국의 통일

 

함무라비는 법뿐 아니라, 군사ㆍ경제적으로도 강력한 통치자였습니다. 기원전 1787년 이신 왕국을 정복, 1766년에는 엘람인의 침공을 저지, 그리고 기원전 1763년 남부 메소포타미아 전역을 통일하면서 바빌로니아 제국을 확립했습니다.

 

그는 마리, 라르사, 에쉬눈나 등의 도시국가를 차례로 정복하면서 메소포타미아 전역에 영향력을 미쳤습니다. 이로써 바빌론은 단순한 도시국가에서 고대 근동의 강대국으로 자리매김하게 됩니다.

 

5. 함무라비 법전의 역사적 의의

 

함무라비 법전은 단순한 고대 법률 문서를 넘어, 국가와 권력이 법을 기반으로 정당성을 획득한 사례로 평가됩니다. 이후 아시리아, 페르시아, 그리스, 로마 등의 법체계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주었으며, 현대의 법철학에서도 자주 인용되는 역사적 문헌입니다.

 

법은 인간 사회의 질서를 유지하는 기본 장치입니다. 그 출발점에서 함무라비 법전은 ‘법에 의한 통치(Rule of Law)’의 초기 형태를 제시한 중요한 이정표라 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 법의 기원과 그 정신을 이해하는 데, 함무라비 법전은 여전히 강한 울림을 주는 문헌입니다.